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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4》 리뷰 (분노할 수 없는 악당, 어울리지 않는 사건, 희화화된 마석도)

by Goood Reviewer 2026. 6. 13.

시리즈 영화가 계속 성공하기 위해서는 변하지 말아야 할 것과 바뀌어야 할 것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범죄도시》 시리즈가 사랑받은 이유는 단순하다. 무시무시한 악당이 등장하고, 마석도가 그들을 쫓아가며, 마지막에는 시원하게 때려잡는다. 관객들은 복잡한 메시지나 깊은 철학을 기대하지 않는다. 대신 통쾌함과 긴장감, 그리고 화끈한 액션을 기대한다.

그래서 《범죄도시4》를 보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의외였다. 영화가 재미없는 것은 아니다. 액션도 있고, 웃음도 있으며, 마동석 특유의 존재감도 여전히 살아 있다. 하지만 시리즈가 가장 잘하던 것들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악당은 위협적이지 않고, 사건은 마석도와 어울리지 않으며, 주인공은 점점 캐릭터가 희미해진다.

결국 《범죄도시4》는 시리즈의 방향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 주는 작품이다. 문제는 그 방향이 범죄도시가 가장 잘하던 길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범죄도시4

분노할 수 없는 악당 — 응징의 쾌감이 사라지다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마석도가 아니다. 마석도는 언제나 이긴다. 관객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시리즈의 재미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빌런이다.

장첸은 무시무시했고, 강해상은 더 위험했다. 그들은 단순한 범죄자가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을 위협했고, 민간인을 해쳤으며, 마석도가 반드시 잡아야 할 이유를 끊임없이 만들어 냈다. 그래서 관객도 함께 분노했고, 마지막 응징은 통쾌했다.

하지만 《범죄도시4》의 빌런들은 다르다. 온라인 도박 조직을 운영하는 백창기와 그의 파트너는 분명 범죄자다. 그러나 장첸이나 강해상처럼 관객이 감정적으로 분노할 만큼의 존재감은 보여 주지 못한다. 그들은 대부분 범죄 조직 내부에서 싸우고 배신한다. 경쟁 조직을 공격하고 서로 뒤통수를 친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에게 직접적인 위협으로 다가오는 장면은 많지 않다.

그래서 관객은 화가 나지 않는다. 화가 나지 않으니 마석도가 그들을 때려잡을 때 느껴지는 통쾌함도 줄어든다. 더 큰 문제는 두 명의 빌런이 서로의 존재감을 깎아 먹는다는 점이다. 영화는 두 명의 악당을 내세우지만 정작 둘 다 강렬하게 기억되지는 않는다. 심지어 후반부에는 빌런들끼리 서로 정리되면서 마석도가 상대해야 할 위협마저 약해진다.

결국 악당이 약해진 것이 아니라, 관객이 분노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범죄도시4》가 이전 시리즈보다 덜 통쾌하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다.

어울리지 않는 사건 — 마석도는 랜선을 때릴 수 없다

두 번째 문제는 사건 자체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몸으로 부딪히는 영화다. 마석도는 현장을 뛰어다니고, 범인을 추적하고, 직접 부딪혀 사건을 해결한다. 그런데 《범죄도시4》는 온라인 도박, 서버 추적, 암호화폐, 사이버 수사 같은 소재를 중심에 둔다.

문제는 이 소재들이 마석도라는 캐릭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이버 수사대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서버를 추적하고, 디지털 흔적을 쫓는다. 하지만 마석도는 그런 캐릭터가 아니다. 그는 사람을 만나고, 발로 뛰고, 현장에서 단서를 찾는 형사다. 그래서 영화는 끊임없이 충돌한다. 사건의 중심은 온라인인데 주인공은 오프라인에 특화되어 있다. 범죄는 컴퓨터 안에서 벌어지는데 마석도는 그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다.

결국 수사는 지루해지고, 사건은 복잡해지고, 마석도는 중심에서 밀려난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 마석도가 사건 해결에 기여하는 방식보다 사이버 수사대가 정보를 제공하는 장면이 더 많다. 정작 주인공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무식 개그를 하는 역할로 소비된다.

《범죄도시》가 잘하는 것은 사이버 범죄가 아니라 거리의 범죄다. 장첸도, 강해상도, 주성철도 모두 마석도가 직접 부딪힐 수 있는 상대였다. 하지만 온라인 도박 조직은 다르다. 마석도는 사람을 때릴 수는 있어도 랜선을 때려서 사건을 해결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영화는 스스로 가장 큰 강점을 버리게 된다.

희화화된 마석도 — 괴물 형사는 어디 갔나

가장 아쉬운 부분은 마석도라는 캐릭터다. 초기의 마석도는 단순한 괴력 형사가 아니었다. 거칠어 보여도 현장 감각이 뛰어났고, 사람을 읽는 능력이 있었으며, 범인을 끝까지 추적하는 집요함이 있었다. 그래서 무식해 보여도 유능했다.

하지만 《범죄도시4》의 마석도는 점점 개그 캐릭터에 가까워진다. 온라인 범죄를 이해하지 못하고, 사이버 수사를 따라가지 못하고, 상황 설명을 들어도 엉뚱한 반응을 한다. 물론 웃음을 위한 장치일 수 있다. 문제는 그 개그가 캐릭터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약화시킨다는 점이다.

예전의 마석도는 부족한 지식을 직감과 경험으로 극복했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직감도, 수사 능력도, 형사로서의 존재감도 이전만큼 빛나지 않는다. 그래서 관객은 "역시 마석도"를 느끼기보다 "왜 이렇게 바보처럼 그려졌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후반부에 가면 더 심해진다. 여전히 주먹은 강하고 싸움도 잘한다. 하지만 캐릭터 자체는 예전보다 훨씬 단순해졌다. 괴물 형사가 아니라 마동석식 개그를 담당하는 마스코트처럼 느껴진다. 시리즈가 길어질수록 캐릭터는 성장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유지되어야 한다. 하지만 《범죄도시4》는 마석도의 장점을 확장하기보다 희화화하는 선택을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은 시리즈의 가장 큰 무기를 스스로 약하게 만든다.

마지막 한마디

《범죄도시4》는 실패한 영화는 아니다. 액션도 있고, 웃음도 있고, 마동석 특유의 매력도 여전히 살아 있다. 그래서 많은 관객들이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문제는 기준이 《범죄도시》 시리즈라는 점이다.

분노할 수 없는 악당은 통쾌함을 줄이고, 어울리지 않는 사건은 시리즈의 정체성을 흔든다. 그리고 중심을 잃은 사건은 마석도마저 희화화시킨다. 결국 이 영화의 문제들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악당이 약해지니 응징의 쾌감이 사라지고, 사건이 어울리지 않으니 마석도가 할 일이 줄어들고, 마석도가 흔들리니 시리즈 전체의 매력도 함께 약해진다.

《범죄도시4》는 재미없는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시리즈가 가장 잘하던 것을 가장 적게 보여 준 영화다.

범죄도시는 여전히 달린다. 문제는 이제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추천도 및 평점

추천도 : ★★★☆☆ (3.0/5)

✔ 범죄도시 시리즈 팬
✔ 마동석 액션을 좋아하는 관객
✔ 가볍고 편하게 즐길 오락 영화를 찾는 관객
✔ 시리즈를 계속 따라온 관객

✘ 장첸·강해상급 빌런을 기대하는 관객
✘ 범죄도시 1, 2편 수준의 통쾌함을 기대하는 관객
✘ 탄탄한 수사 스토리를 기대하는 관객
✘ 강렬한 악역 중심 범죄 영화를 원하는 관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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