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걸》은 제임스 건의 새로운 DC 유니버스에서 중요한 위치를 맡은 작품입니다.
하지만 주인공 슈퍼걸은 배드애스한 매력보다 엇나간 인상에 가깝게 보이고, 이야기는 우연에 지나치게 기대며 흘러갑니다.
결국 이 영화는 슈퍼히어로 영화가 기본적으로 줘야 할 캐릭터의 매력과 액션의 쾌감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한 작품입니다.
《슈퍼걸》은 DC 유니버스 입장에서 꽤 중요한 영화입니다. 제임스 건이 새롭게 정비한 DC 세계관에서 《슈퍼맨》 다음으로 이어지는 작품이고, 슈퍼맨과 직접 연결되는 캐릭터를 단독 주인공으로 내세웠기 때문입니다. 슈퍼맨이 새로운 DC의 출발을 알렸다면, 《슈퍼걸》은 그 세계관이 얼마나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 줘야 하는 영화였습니다.
소재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습니다. 슈퍼맨과 같은 크립톤계 능력을 가졌지만, 성격은 훨씬 거칠고 제멋대로인 인물. 여기에 슈퍼 강아지 크립토, 우주를 배경으로 한 모험, 제이슨 모모아가 연기하는 로보까지 들어갑니다. 이 정도면 적어도 가볍고 시원한 우주 액션 영화가 나올 가능성은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와 다릅니다. 영화는 슈퍼걸이라는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설계하지 못했고, 이야기는 우연에 기대며 흘러가며, 무엇보다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액션의 쾌감을 거의 보여 주지 못합니다. 강한 능력을 가진 캐릭터를 데려와 놓고도, 관객이 보고 싶어 하는 장면은 끝까지 미루다가 충분히 터뜨리지 못합니다.
슈퍼히어로 영화의 기본은 단순합니다. 주인공이 매력적이어야 하고, 위기가 설득되어야 하며, 마지막에는 그 힘을 시원하게 보여 줘야 합니다. 《슈퍼걸》은 이 세 가지 중 어느 하나도 충분히 해내지 못합니다.
《슈퍼걸》은 새로운 DC 유니버스의 확장을 보여 줘야 하는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정작 보여준 것은 새 세계관의 가능성보다 캐릭터 설계와 장르 기본기의 불안함에 가깝습니다.

엇나간 주인공 — 배드애스가 아니라 민폐처럼 보인다
《슈퍼걸》이 가장 먼저 실패하는 지점은 주인공입니다.
영화가 의도한 슈퍼걸은 분명해 보입니다. 슈퍼맨처럼 착하고 모범적인 구원자가 아니라, 더 거칠고 제멋대로이며 규칙을 잘 따르지 않는 인물. 쉽게 말해 배드애스한 슈퍼히어로를 만들고 싶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배드애스와 민폐형 인물은 다르다는 점입니다.
배드애스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보이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겉으로는 거칠어도 안쪽에는 납득할 만한 상처나 사연이 있어야 하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확실히 강하고 쓸모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멋있어야 합니다. 울버린 같은 캐릭터가 좋은 예입니다. 그는 제멋대로 굴지만, 그럴 만한 과거가 있고, 중요한 순간에는 누구보다 먼저 뛰어들며, 결국 관객이 따라가고 싶게 만드는 멋을 보여 줍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슈퍼걸은 그 조건을 제대로 충족하지 못합니다. 영화 초반부터 그녀는 술에 취해 있고, 우주선은 지저분하며, 크립토까지 방치된 듯한 인상을 줍니다. 이 장면이 거칠고 자유로운 캐릭터를 보여 주려는 의도였다는 것은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관객 입장에서는 멋있기보다 피곤하고 불편한 인물처럼 보이기 쉽습니다.
그녀가 왜 그렇게 망가져 있는지도 충분히 설득되지 않습니다. 고향과 가족을 잃은 상처가 있다는 설정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상실을 품은 슈퍼맨과 비교했을 때, 왜 슈퍼걸은 이렇게까지 삐뚤어졌는지 영화는 충분한 감정적 근거를 쌓지 못합니다.
더 큰 문제는 그녀가 강해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성격이 거칠고 불편한 인상에 가깝다면, 적어도 액션에서는 압도적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영화 속 슈퍼걸은 계속 약해지고, 중독되고, 함정에 빠지고, 독화살을 맞고, 태양 에너지가 부족해집니다. 강력한 존재로 등장해야 할 캐릭터가 영화 대부분의 시간 동안 끌려다닙니다.
《슈퍼걸》의 주인공은 배드애스를 노린 듯하지만, 영화 안에서는 멋진 문제아가 아니라 피곤한 민폐 캐릭터에 가깝게 보입니다. 거칠게 굴려면 그만큼 멋있거나 강해야 하는데, 이 영화는 그 보상을 충분히 주지 못합니다.
우연한 전개 — 사건이 굴러가는 힘이 부족하다
《슈퍼걸》의 두 번째 문제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의 기본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슈퍼걸이 자신의 강아지 크립토를 구하기 위해 우주를 떠돌고, 그 과정에서 악당과 충돌하며, 또 다른 인물과 엮이게 됩니다. 설정만 보면 단순하고 명확합니다. 잘만 만들면 빠르고 유쾌한 우주 모험극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전개는 너무 자주 우연에 의존합니다.
인물이 만나는 과정도 우연처럼 보이고, 사건이 진행되는 방식도 우연에 가깝습니다. 필요한 정보가 갑자기 나오고, 필요한 순간에 문제가 생기며, 다시 필요한 순간에 해결의 실마리가 등장합니다. 이야기가 인물의 선택으로 밀고 나간다기보다, 사건이 그때그때 편한 방향으로 끌고 가는 느낌이 강합니다.
물론 장르 영화에서 우연이 아예 없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연은 이야기를 시작하게 만드는 장치 정도로 쓰여야 합니다. 그 이후에는 인물의 욕망과 선택, 갈등이 이야기를 움직여야 합니다. 《슈퍼걸》은 그 부분이 약합니다.
특히 루시 마리노라는 두 번째 축의 인물은 이야기의 긴장감을 만들기보다 피로감을 키웁니다. 복수심은 있지만 힘은 부족하고, 판단은 성급하며, 주변 인물을 계속 위험에 빠뜨립니다. 이런 인물은 잘 쓰면 주인공과 대비되는 감정의 축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관객이 감정 이입하기보다 답답함을 느끼게 만드는 쪽에 가깝습니다.
빌런 역시 약합니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슈퍼히어로 영화라면 악역이 확실한 위협으로 남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악당은 디자인도, 존재감도, 동기도 강하게 남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악당에게 계속 당하는 슈퍼걸까지 함께 약해 보이게 만듭니다.
결국 영화는 단순한 이야기를 단단하게 밀고 가지 못합니다. 단순한 이야기는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단순한 이야기가 시원하게 굴러가지도 않고, 우연과 답답한 선택으로 계속 멈칫거린다는 점입니다.
《슈퍼걸》의 이야기는 복잡해서 문제가 아니라 단단하지 않아서 문제입니다. 사건이 인물의 선택으로 이어지는 대신, 우연이 우연을 부르는 방식으로 흘러가면서 몰입이 약해집니다.
사라진 액션 — 슈퍼히어로 영화의 기본 쾌감이 없다
《슈퍼걸》에서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액션입니다.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액션은 단순한 장식이 아닙니다. 주인공이 어떤 존재인지, 얼마나 강한지, 왜 관객이 이 인물을 좋아해야 하는지를 증명하는 순간입니다. 특히 슈퍼맨 계열 캐릭터라면 더 그렇습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압도적인 힘을 가진 존재입니다. 그렇다면 영화는 그 힘을 어떻게 멋있게 보여 줄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하지만 《슈퍼걸》은 그 고민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영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슈퍼걸은 제대로 싸우지 못합니다. 태양 에너지가 부족해서 약해지고, 중독 때문에 무력해지고, 크립토나이트에 당하고, 인질과 상황 때문에 움직임이 제한됩니다. 물론 너무 강한 캐릭터에게 디버프를 주는 방식은 흔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디버프가 반복되면 관객이 피로해진다는 점입니다.
관객은 슈퍼걸이 얼마나 약해질 수 있는지를 보러 온 것이 아닙니다. 슈퍼걸이 얼마나 강하고 멋있게 싸우는지를 보러 온 것입니다. 그런데 영화는 그 장면을 끝까지 미룹니다.
더 아쉬운 것은 마지막입니다. 영화 후반부에 모든 조건이 갖춰지고, 이제야 슈퍼걸이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상황이 됩니다. 관객은 드디어 슈퍼걸의 힘이 폭발하는 장면을 기대하게 됩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 순간마저 제대로 보여 주지 않습니다. 액션은 흙먼지와 산만한 연출 속에 가려지고, 슈퍼걸이 직접 때리고 부수는 쾌감은 충분히 전달되지 않습니다.
DC 히어로 영화에서 관객이 기대하는 것은 간지입니다. 좋은 의미에서 과할 정도로 멋있고, 강하고, 압도적인 장면입니다. 잭 스나이더 영화가 이야기적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어도 여전히 팬층을 가진 이유는 이 지점을 확실히 알았기 때문입니다. 슈퍼히어로는 멋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슈퍼걸》은 그 기본적인 쾌감을 놓칩니다.
《슈퍼걸》은 슈퍼히어로 영화인데, 정작 슈퍼한 순간을 제대로 보여 주지 못합니다. 관객이 기다린 장면은 늦게 오고, 늦게 온 장면마저 충분히 터지지 않습니다.
마지막 한마디
《슈퍼걸》은 분명 가능성이 있는 소재였습니다. 슈퍼맨과 같은 힘을 가졌지만 전혀 다른 성격의 히어로, 우주를 배경으로 한 모험, 크립토와 로보까지. 기본 재료만 보면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가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 재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합니다.
엇나간 주인공은 배드애스한 매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우연한 전개는 이야기를 단단하게 만들지 못합니다. 여기에 사라진 액션까지 더해지면서 영화는 슈퍼히어로 장르가 기본적으로 제공해야 할 재미를 놓칩니다.
《슈퍼걸》은 새로운 DC 유니버스의 확장판이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 세계관이 앞으로 캐릭터와 액션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숙제를 더 크게 남긴 작품처럼 보입니다.
결국 《슈퍼걸》은 실패한 슈퍼히어로 영화에 가깝습니다. 주인공은 매력적이지 않고, 빌런은 약하며, 액션은 부족합니다. 세계관 확장을 위해 필요한 작품이었을 수는 있지만, 관객에게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힘은 크지 않습니다.
슈퍼걸은 강한 캐릭터를 데려왔지만, 영화는 그 강함을 끝까지 보여 주지 못했습니다.
추천도 및 평점
추천도 : ★★☆☆☆ (2.0/5)
✔ 새로운 DC 유니버스의 흐름을 따라가고 싶은 관객
✔ 슈퍼걸과 크립토의 조합이 궁금한 관객
✔ 제임스 건 체제의 DC 확장 방향을 확인하고 싶은 관객
✔ 로보와 슈퍼맨 카메오에 관심 있는 관객
✘ 매력적인 여성 히어로 영화를 기대한 관객
✘ 시원한 슈퍼히어로 액션을 원하는 관객
✘ 개연성 있는 우주 모험극을 기대한 관객
✘ 빌런과 조연까지 선명한 블록버스터를 선호하는 관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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